대한민국의 문화, 세계로 나아가다.
요즘 우리 한국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를 넘어 음식, 관광, 패션으로 이어져 일부 학교에서는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도입되기도 하고 대학의 한국어학과 개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태권도 역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그 위상은 더욱 높아졌으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심신의 건강과 수양을 위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한류의 열풍이 대한민국의 문화 전반에 미치고 있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에 우리 한국 고유의 지성인(知性人), 의(義)로움과 존중을 담은 예(禮)를 생활화한 선비가 품은 이상(理想)과 그를 향한 지순한 노력을 한 선비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논산의 양촌면에서 태어나신 정역(正易)의 저자, 일부 김항선생( 一夫 金 恒 1826.10.28. ~1898.11.25.)이시다. 그의 나이 36세, 1861년, 특별한 한 선비와의 만남을 가지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지게 된다. 이후 54세 큰 깨달음을 얻으시고 56세, 1881년, 정역의 서문(序文)을 시작으로 60세, 1885년 정역을 완성하신 후, 73세를 일기로 타계하신다. 정역(正易)은 어쩌면 터무니없는 소리로 여겨질 수 있었던, 지금도 믿기 힘든, 1년 360일의 세상과 양반과 상민, 남자와 여자라는 엄격한 차별이 실재하던 당시, 서로의 귀함을 깨달아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도래함을 예고한 책이다.
한국 고유의 지성인, 선비가 남긴 위대한 유산
그렇다면 이 놀랍고 굉장한 변화를 정역의 저자는 어떻게 발견하게 된 것일까? 일부 김항 선생께서는 조선 말 보통의 선비들처럼 공자 맹자 같은 성현의 말씀을 새기며 수신(修身)의 삶을 살고 계셨다. 일부 선생 서른여섯 되시던 해에, 그의 삶을 바꾼 특별한 만남을 가지게 되니 바로 한양에서 참판을 지내시고 양촌에 내려오신 연담(蓮潭) 선생님과의 인연이다. 연담 선생님께서는 ‘관벽(觀碧:푸른 옥을 보라)’이라는 호와 시 한 수를 주시었다.
이를 화두로 삼아 정진하신 끝에 18년 후, 일부 선생께서는 54세에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세상의 이루어 짐을 보시었다. (六九之年 始見工 (육구지년 시견공)) 아무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너무나 엄청난 비경(祕境)이기에 고민하셨으리라. 아무도 상상조차 한 적 없는,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이기에 고민하셨으리라. 기록해야 할지, 전해야 할지... 2년 동안의 숙고 끝에 마침내 56세에 정역의 서문(序文)을 지으시고 60세에 마치셨다.
정역의 시의(時宜)와 선비의 이상(理想)
정역이 태동한 시기는 풍전등화의 조선 말이었다. 연담 선생님과의 만남(1861) 무렵에는 흥선대원군의 섭정이 시작(1863)되며 통상 수교 거부 정책이 강화되고 프랑스의 강화 침략사건(병인양요, 1864)에 이은 미국의 침략(신미양요, 1871) 이후 일본과의 강화도 조약(1876)을 체결하면서 통상 거부 정책을 종식하고 개항하면서 근대 서구 문명과 접하게 된다. 이에 외세의 침략과 개화 정책에 반발한 군인들이 주도한 임오군란(1882: 정역 집필 중), 개화파가 주도한 갑신정변(1884: 정역 완성)으로 외부 세력의 침입과 내부의 개혁 요구가 맞물리며 조선 사회는 크게 요동치던 사회였다. 불안정한 사회와 계급 간의 심한 불평등은 이후 동학 농민 운동의 도화선이 되어 사회의 구조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러한 농민의 저항은 그 당시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 인도의 세포이 항쟁, 러시아의 농노해방령, 유럽의 1848 혁명 등 세계 곳곳에서 발발하였던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절박한 외침이었다. 정역의 출현은 변화를 요구하는 민중의 간절한 바람과 그때를 같이함에 또 다른 의의가 있다. 함께 사는 모두의 세상을 염원한 선비는 민중의 절규에 애태우며 온 마음을 다해 숙고하신다. 앞선 깨달음으로 구도(求道)의 길을 인도하신 스승과 장장 20여 년에 걸쳐 물처럼 맑게, 그리고 덕(德)을, 인(仁)을 행하는 삶을 사시며 마침내 스승의 당부를 지켜낸 제자. 우리들이 기억해야 할 한국의 숭고한 참된 선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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