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충청

[달팽이집] 진정한 성공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4/11/11 [16:30]

[달팽이집] 진정한 성공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4/11/11 [16:30]

 

며칠 전에 어떤 행사에 참석하였다. 이런저런 행사장에 자주 참석하지만, 이날의 감회는 매우 새로운 것이었다. 유교문화교육을 펼치겠다는 이사장의 뜻이 놀라웠다. 그는 젊은 나이에 고시에 합격함으로 뛰어난 재주를 인정받았고, 그 뒤로 요직을 두루 거침으로써 부러움을 샀던 분이다. 관직을 벗어난 뒤에는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몰두하였다. 언제나 처신이 발라서 한 점의 흠이 없이 노년을 맞은 것이다.

그가 노력하고 성공한 것은, 우선 본인의 영달을 위해서였겠지만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본이 되고 자랑이었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은 대개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일에 몰두한다. 대부분 기념관이나 전시관을 세워 내가 언제 어떤 일을 했다는 공적을 알리고, 얼마나 크게 성공했다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우리는 그러한 그의 행실을 보면서 그 성취와 공적을 인정하고 찬양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다 아는 일을 저렇게 다시 떠벌려야 하는가, 저것이 최상의 방법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나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일

 

그런데 이분은 그게 아니었다. 그가 노년에 이르러 생각한 것은 자신을 크게 드러내 돋보이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다시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였다. 윤리와 사회 질서가 통째로 흔들리는 세상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사재를 털어 재단을 설립하고 교육사업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유교문화 보존 및 교육, 한국 전통 제례 연구, 부모와 조상에게 효도하는 유교문화 진흥 사업, 윤리와 도덕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흔들리는 세상을 바로잡아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는 일에 나서겠다니 그 뜻이 숭고하기만 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지각색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애쓰는 사람이 있다. 이웃이나 사회에는 전혀 관심하지 않는다. 그늘에 있는 작은 사람들을 거들떠보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남의 것을 가로채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 음모가 탄로 나서 지탄받기도 한다. 명성을 얻거나 큰 재산을 축적하였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은 성공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시민사회에서 진정으로 존경받지 못하며, 그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신을 위하는 길을 이웃과 관련하여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통하여 기쁨과 보람을 얻는다. 그들은 우리에게 존경심을 갖게 하고, 그를 본받으려 노력하게 한다. 그래서 이 사회를 더 따뜻한 사회,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하게 한다.

 

■ 진정한 성공이란

 

나는 그 행사장에 초청받고서부터 진정한 성공이란 어떤 것인가를 오래 생각했다.

진정한 성공이란 되돌려 주는 것이다. 객지에 나가서 많은 것을 얻은 사람이라면 그 얻은 것을 고향에 되돌려 주는 것이다. 또 고향에 살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면 그것을 얻게 해 준 고향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얼마나 크게 성공했는지 장황하게 떠벌리면서도 가진 것을 내놓지 않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는 반절의 성공만을 이룬 사람이다.

효경(孝經)에서는 효도의 방법을 가르쳐 준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__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__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서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 부모님을 드러나게 함이 효도의 마침이다.’라고 하였다. 입신양명이 효의 완성이 아니라 도를 행함으로써 뭍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듣는 것이 효도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끝맺음이 분명하여야 온전한 성공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젊은 날에 가졌던 불꽃은 꺼졌다. 타고 남은 장작개비가 불꽃도 없이 연기를 내며 타고 있다. 불꽃을 다시 피워 올리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도 아직 남은 열기를 무엇을 위해서 바쳐야 한다. 그 열기가 다 식을 때까지, 그래서 싸늘한 재만 남을 때까지.

 

▲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

 

  • 도배방지 이미지